네가 누구인지 기억해라! 지난주에 아이와 함께 최근 개봉한 라이온 킹을 더빙판으로 보았다. 아이를 위해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를 보다가 내가 은혜를 받았다.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마음이 매우 힘들었는데, 무파사가 아들 심바에게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울컥. (정확한 표현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원작에서는 “Remember who you are. You’re my son.”이라고 했다.) ‘그래 나는 하나님 아버지의 딸이지. 내가 나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불안해하며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하나님이 나의 삶을 돌보아 주시는데…’
여호수아 성경공부 첫 시간에 “우리가 정복해야 할 가나안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을 보고 처음에는 ‘가정’을 생각했는데, 잠시 후 ‘내 마음’이라는 답이 떠올랐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은 진리가 아닌 거짓이 가득한 땅을 정복해서 그곳을 하나님의 나라로,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워진 땅으로 바꾸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처럼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거짓을 쫓아내고 진리로 새롭게 채우는 작업이 내가 해야 할 정복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하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시고 나는 그분의 자녀다. 그분은 아들의 목숨을 내어주심으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셨다. 그뿐 아니라 지금까지 그분의 선한 인도와 돌보심을 경험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두려워하며 걱정과 불안 속에서 산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예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선하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진리가 나의 머리에는 있지만 그것이 내 마음을 다 채우지는 못하고, 비진리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이 모습 이대로 (내가 보기에도 부족하고 부끄럽더라도) 하나님께 더없이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알지 못한 채 매우 오랜 시간을 보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거짓 신념이 내 마음을 크게 차지하고 내 삶을 그렇게 이끌어가고 있었다.
여호수아를 공부하면서 그들의 승패가 무엇에 달려있는지 반복해서 보게 되었다. 요단강을 건너고 가나안 정복 전쟁을 시작하기 전 이스라엘 백성은 할례를 받고, 유월절을 지키며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어떻게 구원을 받았는지를 기억한다. 그 후 하나님 명령에 순종해서 여리고 전투에서 승리한다. 그러나 그 직후 이전과 마음이 달라져서 하나님께 묻지 않고 자신들의 계획대로 했다가 아이성에 패한다. 그 후 다시 겸손해져서 하나님께 순종하여 승리를 거두지만, 곧 다시 방심했다가 기브온 주민들에게 속는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러한 모습이 매우 어리석어 보이지만 나도 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나님이 여기까지 나를 인도하셨다’고 고백하며 감사하면서도, 어렵거나 힘든 일이 생길 때 그분께 묻고 도움을 구하기보다는 내 생각과 내 힘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며 사서 고생을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이스라엘 백성은 요단강이 갈라지는 것을 눈으로 보았고, 그 길로 걸어갔고, 여리고성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는데,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하시며 그들을 위해 엄청난 일을 이루시는 것을 경험했는데, 왜 그랬을까? 그리고 나는 왜…? 우리 마음에서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