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3대 욕구(수면욕, 식욕, 성욕)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4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예지(叡智)’욕이 그것이다.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과 자신이 원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을 살고 있으며 하나님을 믿어도 여전히 불안해한다. 일 년 뒤의 삶, 내일의 삶, 심지어 이 글을 다 읽고 난 후 잠깐 뒤의 삶도 알지 못한다.
다행히 하나님은 이런 인간의 갈망을 아시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인생에 빛을 비춰주신다. 하지만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빛은 성능 좋은 LED랜턴이 아니다. 내 앞길도 간신히 비출 수 있을만한 작은 등불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주신 ‘하나님의 등불’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첫째, 등불은 가장 먼저 내 얼굴을 비춘다. 등불은 멀리 비추지 못한다. 답답한 마음에 등불로 내 인생의 먼 곳을 보려고 팔을 뻗어 앞을 비추면 등불의 힘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불을 가까이 가져오게 되면 등불이 가장 먼저 비추는 것은 바로 내 얼굴, 나 자신이다. 하나님은 그 무엇보다 먼저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고 깨닫게 하시기 위해 등불을 주셨다.
둘째, 내가 가진 등불로 볼 수 있는 거리는 바로 한 걸음 앞이다. 이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는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신뢰가 요구된다. 하나님이 나의 길을 인도하신다고 믿는다면,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주권자이심을 믿는 창조자의 자녀라면 한 치 앞 밖에 볼 수 없는 이 한 걸음도 담대하게 내딛을 수 있지 않을까.
셋째, 등불을 든 사람이 잠잠해야 한다. 등불을 들고 불안해하며 이리저리 급히 움직인다면 등불은 곧 꺼지고 말 것이다. 등불을 든 사람은 잠잠해야 한다. 그래야 불이 꺼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살고 있다. 취업이란 높은 벽 앞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그 벽은 점점 나와 가까워지고 있으며 나는 그 벽을 여유 있고 멋지게 뛰어넘을 자신이 없다. 주위의 시선과 평판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나의 마음은 그 벽을 더 높고 단단하게 만든다.
사실 취업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고민일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나 역시 똑같이 그 시간을 초조하게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고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숙제라면 나는 그 고민을 통해 나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마음을 더 알아가고 싶다. 그리고 부디 내가 밟고 있는 과정 가운데 고군분투하는 고민들이 나의 안위를 위한 고민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안위를 위한 고민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위한 고민이 나의 절실한 고민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하나님의 등불을 들고 잠잠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려 한다. 걷다보면 하나님이 인도하신 우리의 인생 어디쯤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믿음으로 고백하자면 그 곳이 내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라도 괜찮을 것 같다.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