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에 일어날 때, 어릴 적 저를 깨우시던 엄마 모습이 생각나곤 합니다. 주일학교 주보에 <금주의 성경구절>이 있었고, 엄마는 주일 아침마다 “은혜야, 일어나. 엄마 따라해. ‘하나님이 세상을…’” 하셨거든요. 교회에 도착해서 말씀을 암송하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고 안심도 되었는데, 다 알면서도 막상 주일 아침이 되면 일어나기 싫고, 5분만 더 자고 싶고, 눈도 안 떴는데 말씀 암송해야 한다면서 채근하는 엄마가 정말… 하…
<일상으로의 초대>가 딱 그 느낌입니다. 하고 나면 좋은데 일어나서 앉기까지가 힘들고, 알람이 울면 ‘5분만 더 잘까? 왜 묵상을 아침시간에 한다 했나…’ 등등 여러 갈등 후에 억지로, 정말 억지로 일어나 움직입니다. (고백하건대, 아침 6시30분으로 적은 건, 그 시간이면 전도사님들이 방문을 못하시겠지 하는 꼼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둥!! 언제 어디로든 찾아가는 서비스ㅋㅋㅋ) 엄마가 지금도 절 깨우신다면, 일어나기 귀찮아하며 짜증내는 저에게 분명 이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그래도 감사해야지. 오늘 아침 눈 뜨게 하심도 감사, 간밤에 아무 일 없던 것도 감사, 아침에 묵상할 수 있음도 감사, 준비하고 출근할 수 있는 일터 주심도 감사, 움직일 수 있는 건강 주심도 감사… 찾아봐, 감사할 게 얼마나 많은데.”
아마도 엄마가 물려주신 가장 강력한 유산일 겁니다. ‘뭐 이런 것까지 감사하나 싶은 것까지 시시콜콜하게 감사제목 찾아서 감사하기.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사거리를 긁어 모아 감사하기.’ 어릴 때는 그게 너무 싫었는데, 보고 배운 게 무섭다고, 저도 모르게 기도의 첫 마디는 항상 “하나님, 감사합니다.” 입니다.
적어 낸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일상으로의 초대> 였는데, 덕분에 근 10년 만에 아침묵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신혼 때는 집이 원룸이라 개인시간/공간을 갖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여건이 나아져도 아침묵상을 다시 시작하기란 쉽지 않았고, <손으로 묵상>도 자기 전 숙제 하듯이 후다닥 말씀만 쓰거나, 밀리고 밀려 열흘 치를 몰아서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40일 기도회를 하다 보니, 잠깐이라도 말씀보고 기도하며 시작한 “오늘”과, 일상에 휩쓸리듯 시작한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출근해서 일하는 것도 같고, 매일 마주하는 사람도 같은데, 바라보는 방향이 아주 약간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여전히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지만, 그런 감정에 앞서 ‘아, 그래도 이건 감사하지’ 라고 감사의 제목을 조금씩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한 템포 끊고 가게 되고, 약간은 여유도 생기고, 때로는 그 여유가 상대 혹은 상황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기도 하더군요.
이건 아마도 잠에서 깨어난 후, 뇌의 일상 시스템이 부팅되기 전에, 하나님을 먼저 접속해서 감사시스템을 먼저 가동시켰기 때문일 겁니다. 전 절대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불평불만 많고 비관적이라, 어디 가서 부정적인 말하기에 밀리지 않을 자신도 있습니다. 심지어 마음이 바닥을 긁고 있는 요즘, 동굴 파지 않고, 생각의 방향을 조금 틀어 볕 한 줄기를 찾을 수 있는 건, 백퍼 주님의 은혜입니다.
두 달의 대장정이 곧 끝이 납니다. 열심히는 했지만, 40일은 못 채웠습니다. (유리컵 안녕~ㅠㅠ). 하지만, 11월이 되면 새 <일상으로의 초대> 표를 받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군데군데 빠지더라도, 할 수 있는 날은 일상에서 주님을 만나 <감사제목 찾기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게 40일 프로젝트가 제게 남긴 유산인 것 같습니다. 시작할 때는 또 일 벌리셨다고 고개를 저었는데, 일 벌려주셔서 감사합니다~^^